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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공공신탁, 경제적 학대, 재산관리)

by 알뜰 도우미 2026. 6. 9.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가족 중에 어르신이 계신다면, 재산 관리를 "당연히 가족이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당연함이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뒤늦게 알았습니다. 2025년 4월 22일부터 국민연금공단이 치매 어르신의 재산을 공공기관으로서 직접 관리해 주는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이 제도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가족이 감당해 온 재산관리, 그 현실

저희 집에도 나이드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몇 해 전부터 은행 창구에서 통장 정리 하나를 하는 데도 직원의 설명을 두세 번씩 다시 들으셔야 했고, 스마트폰 금융 앱은 처음부터 포기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에게 주변 어르신이 요양원 입소 후 보호자도 모르게 불필요한 금융 상품에 가입되어 수백만 원이 빠져나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설마 우리 집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실제로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154조 원으로 추정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이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제대로 된 관리 체계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판단 능력이 저하된 분들은 사기나 재산 갈취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고, 가족이 나서더라도 직장과 개인 생활을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통장을 들여다보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이번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공공신탁 방식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공공신탁이란, 국가나 공공기관이 수탁자(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주체)가 되어 취약계층의 재산을 투명하게 보호·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방식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 역할을 맡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입니다.

 

서비스 이용 대상과 주요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 대상: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로 재산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기초연금수급자
  • 비수급자: 65세 이상이면 신청 가능, 단 위탁재산의 연 0.5%에 해당하는 이용료 부담
  • 예외 지원: 65세 미만 조기발병 치매 + 저소득층(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무료
  • 위탁 재산 범위: 현금, 지명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에 한정
  • 위탁재산 상한액: 10억 원

여기서 지명채권이란, 채권자가 특정되어 있는 채권으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처럼 누군가에게 특정 금액을 돌려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이처럼 현금으로 바로 환산 가능한 자산 위주로 위탁 범위를 제한한 것은, 부동산처럼 처분 과정이 복잡한 자산을 무리하게 관리하다 생길 분쟁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남은 과제

제가 이 제도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과연 어떻게 돌아가는가"였습니다. 신청은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치매안심센터·요양시설 같은 치매 유관기관의 의뢰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접수 후 담당자가 대상자 자택을 방문해 건강 상태, 생활환경, 보유 자산 등을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합니다.

 

이 재정지원계획 이란, 대상자의 요양비·생활비·용돈 등 월별 지출 내용을 항목별로 미리 설계한 문서입니다. 쉽게 말해 "이 어르신은 매달 요양원비 얼마, 생활비 얼마, 용돈 얼마를 쓴다"는 청사진을 공공기관이 함께 짜주는 것입니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국민연금공단 본부가 심의·승인하면 신탁계약이 체결되고, 이후 재산이 계획에 따라 매월 배분됩니다.

 

특히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느낀 건, 계획에 없는 특별 지출이 생길 경우 외부 전문가가 과반수로 참여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위원회는 대상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민간 신탁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공공적 안전장치입니다. 또한 반기마다 한 번 이상 담당자가 직접 방문해 상태를 확인하고, 지출 내역 모니터링도 상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고 이 제도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기초연금수급자 중심으로 대상이 한정되어, 수급권이 없는 어르신이나 65세 미만 치매 환자 중 일부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또한 후견인제도(성년후견제도)와의 연계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후견인제도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위해 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이 법률 행위를 대리하는 제도입니다. 치매 환자가 계약을 직접 체결하기 어려울 경우 후견인이 국민연금공단과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연계되는데, 이 과정에서 후견인 선임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 2028년 본사업 도입을 목표로 치매관리법 개정이 추진될 예정이며, 지원 대상과 위탁 재산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라고 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인지기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취약계층까지 폭넓게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치매 어르신의 재산 관리는 어느 가정도 피해 가기 어려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단순히 돈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넘어, 어르신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을 지켜주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가족 중에 치매나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어르신이 계시다면, 인근 국민연금공단 지사(☎1355) 또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 먼저 문의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서비스 이용 조건은 반드시 담당 기관에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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